《감시와 처벌》

- 미셸 푸코 지음 / 오생근 옮김 / 나남출판

 

 

  푸코는 근대사회의 작동 원리를 “신체의 활동에 대한 면밀한 통제를 가능케 하고, 체력의 지속적인 복종을 확보하며, 체력에 순종-효용의 관계를 강제하는 ‘규율’(216쪽)”에서 찾는다. 신체형에서 유순해진 처벌 양식의 변화, 감옥에서부터 시작해 군대, 학교 등에 자리잡은 새로운 감시체계들은 결국 개인을 근대사회의 거대한 기계의 한 톱니바퀴로 기능하도록 ‘규율’한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을 통해 내재화된 규율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음을 ‘세부적 사실의 정치 해부학’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근대사회의 권력은 “소유되기보다는 오히려 행사되는 것이며, 지배계급이 획득하거나 보존하는 ‘특권’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전략적 입장의 총체적인 효과이며, 피지배자의 입장을 표명하고, 때로는 연장시켜 주기도 하는 효과(58쪽)”임을 주장한다.

 

  중세의 신체형이 잔인했던 것은 군주가 이를 통해 ‘정의’, ‘진실’을 획득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신체형은 권력을 유지시키는 기능과 반대로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었다. 공개적인 신체형에서 범죄자가 영웅으로 둔갑하고 군주에 대한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던 것이다. 근대사회는 이러한 중세의 신체형을 ‘잔인성’이라는 틀로 가두고, 이제 처벌은 ‘인간성’을 띄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인간성’도 하나의 허울일 뿐이며 감금으로 대표되는 유순해진 형벌은 근대사회의 권력의 틀 안에 인간들을 복종시키기 위한 정치적 기술일 뿐이다.

 

  새로운 처벌양식은 ‘처벌’이 아니라 ‘감화’, ‘교정’, 치료‘에 목적을 둔다. 그리고 이러한 처벌양식은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뿐만 아니라,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잠재적인 범죄자에게까지 작동하게 되며, 감옥 뿐만 아니라 군대, 학교, 교회. 공장(직장)들에 적용된다. 이 기관들은 공간의 개별화, 시간의 세밀한 분할을 통해 “모든 활동을 분해하고 재편성(249쪽)”한다. 이 재편성된 규율은 감시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위계질서적 감시, 법률이 의해서 공백으로 방치된 공간까지 작용하는 규범화한 제재, 개개인을 규격화하고 분류하여 가시성의 대상으로 만드는 시험 등의 효과적인 훈육방법을 통해 강화된다.

 

  이러한 규율의 전형이 벤담의 판옵티콘이다. “판옵티콘의 적용은 다방면에서 이루어진다. 그것은 죄수를 교화하는 효과뿐 아니라, 병자를 간호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광인을 가두고, 노동자를 감시하거나, 걸인이나 빈둥거리며 태만한 자를 일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둔다.(318쪽)” 한 번의 눈길로 그렇게 많은 서로 다른 개인들을 감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판옵티콘 장치는 인간을 통제하는데 가장 비용이 적게 들며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게 한다. 판옵티콘은 “권력 체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의 순종성과 효용성을 동시에 증가시킨 것이다.(335쪽)” 그리고 판옵티콘으로 대표되는 감시체계(규율)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른다. 비정상자들을 낙인찍는 것은 순종성과 효용성을 획득하기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근대사회의 규율에 포위되어 기계장치의 톱니바퀴와 하나로 간주되는 인간이 이 규율과 감시체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푸코는 이 책을 통해 어떤 해결방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푸코는 이 거대한 감시체계 속에 ‘나’라는 개인이 놓여 있고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인식’을 가지는 것을 그 해결의 출발로 삼고자 한 것 같다. 책의 행간에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고, 인간의 행동을 교묘하게 통제하고, 이러한 권력 체계에 이바지하는 지식에 대한 푸코의 증오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알게 모르게 옭죄고 있는 전방위적인 규율을 항상 인식하고, 이러한 인식의 기반아래 어떤 행동을 통해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지는 우리의 몫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일본의 군대 - 10점

요시다 유타카 지음, 최혜주 옮김/논형

 

 

   푸코의 《감시와 처벌》이 주장하는 근대사회의 규율이 일본의 군대를 통해 어떻게 사람들에게 체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일본사회의 규율화를 담은 책이지만 일본을 한국으로 등치시켜도 읽어도 무방할 정도로 닮아 있음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푸코의 책보다 읽기 수월하면서도 우리에게 더 적절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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